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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슈] “캐나다는 만원…이민제도는 미친 짓”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7-11 14:57

일본계 노학자 닥터 스즈키의 인터뷰 '망언'
이민부 장관 발끈해 연일 트위터 반박

캐나다 환경주의의 상징이자, 일본계 이민자의 자손인 데이비드 스즈키 박사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스즈키 박사는 캐나다의 자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정부가 너무 많은 사람을 받고 있다고 지난 7월 1일 발행된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와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혔다. 렉스프레스지는 인터뷰 질문 중 "인구 증가는 감당 못할 자원 소비를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민에 반대하는 호주의 환경주의자"에 대해 견해를 물었다.

여기에 스즈키 박사는 "내 생각에는 캐나다도 만원이다(I think that Canada is full too!)"이라며 "캐나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토면적이 넓기는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토지가 줄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우리 이민제도도 충분히 염증을 일으킬만하다"며 "남반구 국가의 미래 인재들을 약탈해오면서, 경제 성장을 도우려면 인구를 늘리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미에 스즈키 박사는 "이민제도는 미친 짓(It's crazy!)"이라고 덧붙였다. 스즈키 박사 발언 중 남반구 국가란 개발도상국을 의미한다.

스즈키 박사(좌측 사진) 발언은 프랑스에서만 소개돼 묻힐 뻔했으나, 이것을 보고 발끈한 제이슨 케니(Kenney) 캐나다 이민장관이 지난 10일 트위터에 언론사들이 취재를 안 한다고 푸념하면서 확산됐다. 케니 장관은 "스즈키 박사의 극단적인 반이민 관점에 대해 취재한 언론사가 없다. 만약 유명한 보수당원이 같은 말을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겠나?"라고 썼다.

앞서 케니 장관은 "스즈키의 이민관은 '유해하고 무책임(toxic & irresponsible)'하다"는 글과, "스즈키 박사의 집요한 반이민 시각에 대해 실망했다. 캐나다가 '만원'이라서 이민을 '미친 짓'이라고 하다니"라는 글을 남겼다.

11일에도 케니 장관의 발끈한 트위터는 이어졌다. 오전 10시40분에 케니 장관은 "브램튼 지역에 데이비드 스즈키 세컨더리는 대부분 학생이 이민자다. 모순되게도 정작 그는 캐나다가 '만원'이라며 이민을 반대한다"고 올렸다.

공영방송 CBC선정 캐나다 사회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자, 환경진영의 대부가 한 반이민 발언은 이미 여러 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 캐나다는 이민자로 구성된 나라... 캘거리 시민권 선서식장에 선 제이슨 케니 이민 장관>



스즈키 박사는 1936년 밴쿠버에서 출생한 일본계 3세다. 조부와 부모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이민 왔다. 2차대전 당시 적국시민 재산 강제 압수·처분 조치에 따라 스즈키 박사 집안도 운영하던 세탁소를 빼앗겼고, BC주 내륙의 슬로칸으로 어머니와 누이들과 함께 강제 수용됐다. 아버지는 다른 수용소에 수용돼 전후에 재회했다. 바닷가에 살았기 때문에 일본의 첩자로 오해 받았다고 생각한 다른 일본계처럼 그의 가족도 동부로 이주했다.

현재 밴쿠버에 사는 스즈키 박사는 그간 스스로도 이런 아픈 가족사와 이민자인 아버지가 자연에 대해 관심 갖도록 유도해 현재의 자신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스즈키 박사는 학자나 사회 운동가로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다. 시카고대 동물학 박사로 유전학 전문가였고, UBC에서 38년간 관련 분야 교수로 활동했다. 그가 1970년대부터 호스트로 장기간 출연한 'the Nature of Things'는 한국에서 동물의 왕국으로 방송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다수의 과학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쳐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며, 스즈키 재단을 창설 꾸준하게 환경보호 운동과 지원사업을  펼쳐 캐나다 환경운동의 대부로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계 이민자 후손으로 차별과 냉대를 경험하고 극복한 이가 이민자를 마치 불청객이나 국가 자원을 허비하는 존재로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적잖게 놀라운 일이다.

본인 아버지의 출신은 물론, "캐나다의 국민은 원주민과 여러 이민자 그룹으로 이뤄졌다"는 캐나다의 역사적 정체성을 그는 잊은 듯 싶다. 케니 장관 트위터를 보고 한 네티즌이 글을 남겼다. "박사님, 그럼 철새들도 캐나다에 자원 소비하러 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요?" 라고.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사진: 닥터 스즈키=스즈키 재단, 제이슨 케니 이민장관=캐나다 이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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